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줄거리 및 결말
영화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08년에 발표한 가족 드라마이다. 일본의 여름 어느 하루 동안 벌어지는 요코야마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남 준페이는 어린 시절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가족은 매년 그의 기일마다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둘째 아들 료타(아베 히로시)는 예술 복원가로 일하며 살아가지만, 의사였던 형과 아버지가 이상적으로 여겼던 길을 걷지 못했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는 최근 재혼한 상태로, 새아들과 함께 부모 집을 방문한다. 가족은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면서 겉으로는 조용한 일상을 나누지만, 속에 있던 오래된 상처와 갈등이 서서히 드러난다.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냉담하며, 어머니는 표정 뒤에 날카로운 말을 숨기기도 한다. 특히, 준페이가 구해준 소년 요시오를 매년 초대하는 장면은 가족 내부의 감정적 긴장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어두운 감사”와 죄책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리가 드러난다. 저녁이 되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과거 다른 여성 집에서 불렀다는 노래를 사서 혼자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어 벌레가 집 안으로 들어와 준페이의 사진 옆에 앉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준페이가 돌아왔다”고 해석하며 여운을 남긴다. 이를 본 료타는 벌레를 잡아 다시 밖으로 놓아주며 지나온 감정들을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영화는 더 시간이 흐른 후, 이제 딸까지 생긴 료타가 장남의 묘를 돌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를 통해 영화는 과거의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대와 함께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또다시 걷고 있다(Still Walking)”는 메시지를 전한다.
등장인물
료타의 아버지 요코야마 쿄헤이(하라다 요시오)는 은퇴한 의사이다. 냉정하고 말수가 적다. 장남의 죽음을 여전히 애도하며, 차남인 료타에게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 어머니 요코야마 토시코(키키 키린)는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속에는 상처와 복잡한 감정을 감춘 인물이다. 첫째 아들의 죽음 이후 그리움과 미련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요코야마 료타(아베 히로시)는 2년 전 재혼한 중년 남성이다. 그림 복원가로 일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 아버지와 관계가 서먹하며, 재혼한 여성의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집을 방문한다. 요코야마 유카리(나츠카와 유리)는 료타의 부인으로,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아들을 키우다 료타와 재혼했다. 사려깊고 살가운 성격으로 시댁 식구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의 태도에 내심 서운해한다. 요코야마 아츠시(타나카 쇼헤이)는 유카리의 아들이다. 어린 나이에 새 가족과 적응하려 애쓰지만, 조부모에게 서먹함을 느낀다. 카타오카 치나미(유)는 료타의 누나이다. 장남의 죽음을 기리는 제사를 주관하며, 가족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완화하려 애쓴다.
평가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범한 하루 동안 가족의 관계와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감독 자신의 가족 경험에서 모티프를 얻어, 대사와 상황이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다는 호평이 많다. 비평가들은 특히 배우들의 생활감 있는 연기와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정선을 높이 평가했다. 중견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에게 마치 실제 가족을 엿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또한 죽음, 후회, 화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일상 대화 속에 녹여내며, 감정의 과잉 없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서사가 느리고 갈등이 폭발적으로 해소되지 않아, 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다소 밋밋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영화의 정수”, “시간이 흐른 뒤에 더 깊이 다가오는 영화”로 꼽히며, 일본 내외에서 장기적으로 사랑받고 있다.